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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을 주창한 앤터니 기든스가 쓴 <현대사회학>의 개정 4판.
1989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시대상황의 변화와 학문적 성장에 따라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제4판에선 이전 판의 성공 요인인 테마별 전개방식과 세계 여러 사회를 비교하는 다양한 관점 등은 그대로 계승하되,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는 내용은 과감히 수정했다.
기존의 인종 갈등과 계급 구조의 변화에서부터
젠더, 건강, 질병, 고령화로 압축되는 몸의 사회학, 범죄와 일탈, 종교, 교육 등의 테마는 심도깊은 탐구와 최신 예제로 대체했다.
또한 새로이 빈곤과 사회적 배제, 생태학적 문제와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발달에 대한 논의도 추가되었다.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제3의 길'로 불리는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주창해 온 영국의 사회학자.
전통적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정글'은 과거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 적합했던 사회모델로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가가 개인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전통적 사회민주주의도 반대하지만, 연대와 평등의 개념이 없는 신자유주의의 개인주의도 반대한다.
그의 저작은 전세계 22개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1985년부터는 「폴리티」라는 학술전문 출판사를 공동으로 설립, 매년 80여권의 학술서적을 간행하고 있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1998년 10월 서울 방문 당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근대화 제일주의로 내달려 온 한국 사회의 향후 발전전략과 관련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김미숙 -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청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옮긴 책으로 <생명공학에 대한 여성학적 비판>, <성의 사회학> 등이 있다.
김용학 -
연세대 사회학과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 <사회 연결망 이론>, <사회 연결망 분석>, <사회 구조와 행위>,
옮긴 책으로 <역사와 행위: 사회 이론에서의 사회 구조와 행위자> 등이 있다.
박길성 -
강원도 명주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 <세계화: 자본과 문화의 구조 변동>, <한국 사회의 재구조화: 강요된 조정, 갈등적 조율>, <동남아시아의 사회계층>,
옮긴 책으로 <국제 불평등을 바라보는 123가지 방법> 등이 있다.
송호근 -
1955년에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사회과학과 전임강사, 하버드옌칭 펠로우,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및 학과장,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방문교수, '사회비평'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2007년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학과장 겸 동대학 사회발전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장과 복지정치>, <의사들도 할말 있었다>, <정치없는 정치시대>,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한국사회 이해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이 있다.
신광영 -
서울대 문리대와 미네소타대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위스콘신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교수, 사회조사연구소 소장, 한국사회학회 운영위원 등을 지냈으며, 2005년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아시아 산업화와 민주화>, <계급과 노동문제의 사회학>, <한국 사회의 계급론적 이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노동의 미래>, <현대사회학>, <사적 유물론과 사회 이론> 등이 있다.
유홍준 -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 <산업사회학>(공저), <조직사회학>, <직업사회학> 등이 있다.
정성호 -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서문
제4판 서문
이 책에 대하여
Chapter 1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사회학적 지향의 개발
어떻게 사회학이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가?
사회학적 사고의 발달
최근의 사회학적 시각들
결론
Chapter 2 문화와 사회
문화의 개념
사회화
사회의 유형
사회 변동
결론
Chapter 3 변화하는 세계
세계화의 차원
세계화 논쟁
세계화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충격
세계화와 위험
세게화와 불평등
결론: 전지구적 통치의 필요
Chapter 4 사회적 상호작용과 일상생활
일상생활의 연구
비언어적 의사소통
사회적 규칙과 말
상호작용에서의 얼굴, 신체와 말
시간과 공간에서의 상호작용
결론: 친근성의 강요
Chapter 5 젠더와 성성
젠더 차이
젠더 불평등에 대한 관점
여성스러움, 남성다움 그리고 젠더 관계
인간 성성
동성애
매매춘
결론: 젠더와 세계화
Chapter 6 몸의 사회학: 건강, 질병, 고령화
몸의 사회학
건강의 사회적 기초
의학과 사회
건강과 질병에 관한 사회학적 전망
건강과 고령화
결론: 고령화의 미래
Chapter 7 다양한 가족들
기본 개념들
가족 이론
영국 사회의 결혼과 이혼
가족 유형의 다양성: 영국의 인종적 다양성
대안적 결혼 형태
가정 폭력과 가족 학대
가족 가치에 대한 논쟁
Chapter 8 범죄와 일탈
일탈사회학
범죄와 일탈의 설명
범죄와 일탈에 관한 사회학적 이론
위험 사회에서 범죄 감소 전략
범죄의 희생자와 가해자
교도소: 범죄에 대한 답인가?
결론: 범죄, 일탈과 사회 질서
Chapter 9 계급, 계층, 불평등
계급, 계층 이론
계급의 측정
현대 서구 사회에서의 계급
젠더와 계층
사회 이동
결론
Chapter 10 빈곤, 복지, 사회적 배제
빈곤
최하층 계급 논쟁
사회적 배제
복지와 복지 국가의 개혁
결론: 평등과 불평등 다시 생각하기
Chapter 11 현대 조직들
조직과 현대 생활
조직 이론
젠더와 조직
관료제를 넘어서?
결론
Chapter 12 노동과 경제 생활
노동이란 무엇인가?
직업 체계의 추세
분업과 경제적 의존성
노동의 변화
여성과 노동
노동과 가족
실업
일자리 불안
일의 중요성이 쇠퇴하고 있는가?
Chapter 13 정부와 정치
정부, 정치와 권력
국가 개념
정치적 지배의 형태
자유민주주의의 전세계적 확산
서구에서의 정당과 선거
정치 변동과 사회 변동
민족주의 운동
결론: 민족 국가와 민족 정체성 그리고 세계화
Chapter 14 대중매체와 의사소통
신문과 텔레비전
텔레비전의 충격
미디어론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
인터넷
세계화와 미디어
미디어 제국주의
미디어 규제에 관한 쟁점
결론
Chapter 15 교육
변화하는 교육의 역할
영국의 교육: 기원과 발달
고등교육
교육과 불평등 이론
젠더와 교육
IQ와 성공적 교육
결론: 생애 학습
Chapter 16 종교
종교의 정의
종교의 다양성
종교 이론
종교 조직의 유형
젠더와 종교
종교, 세속화, 사회 변동
신흥종교운동
천년왕국운동
종교적 근본주의
결론
Chapter 17 도시와 도시 공간
현대 도시성의 양상
도시성에 관한 이론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도시와 지구촌화
글로벌 시대의 도시 관리
결론: 도시와 전지구적 통치
Chapter 18 인구 성장과 생태학적 위기
세계의 인구 성장
인류가 자연 세계에 미치는 영향
위험과 환경
장래에 대한 전망
환경: 사회학적 이슈인가?
Chapter 19 사회학에서 이론적 사고
이론적 딜레마들
더 최근의 이론들
결론
기본 개념 풀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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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글
1. 앤스니 기븐슨이 쓴 책이다.
그의 이름은 5-6년 전 세상에 큰 위력을 떨쳤었다.
모든 사람이 그가 주장한 제 3의 길이란 저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는 기대에 가득차서, 일부는 우려의 목소리로.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모여 않으면 그가 말하는 제 3의 길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갈 역량이 있는 이론인지를 토론하곤 했었다.
마침 그의 이론을 추종한다는 토니블레어 총리가 영국의 재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의 이름은 더 위세를 얻어 가는 듯 했었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은 결코 그가 위대한 명제로 내걸었던 제 3의 길을 실천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말은 제 3의 길을 외치지만, 행동에서는 단연코 제 1의 길에 대한 충직한 추종자로 비쳐졌었다.
그랬다. 세상에는 힘이 힘을 얻어가는 것이다. 결코 이론이 힘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토니 블레어는 이론보다 현실을 택했고, 그것이 제 3의 길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기븐슨의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기븐슨을 오해하곤 했던 것이다.
그가 말한 제 3의 길은 꼭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 그가 원하고 바랬던 길일 뿐이었다.
기븐슨은 끊임없는 노력의 추구와 그 노력이 실패할 경우 다시 새로운 시작을 시작할 출발점을 제시했을 뿐이다.
당시 사회의 절박함이 그의 저서의 제목에서 너무 많은 기대를 했을 뿐이다.
세상은 현실적이다.
현실은 그리 부드럽거나 달콤하지 못하다.
우리는 기븐슨에서서 너무 달콤한 약속을 기대했었다.
우리를 배신한 것은 기븐슨의 이론이 아니라, 그의 책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우리들 자신의 나이브함이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그의 저서를 냉정하게 읽으면서 그가 진정으로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실패할 경우의 대처법에 대해 정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해럴드 가핀켈의 실험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을 읽게 된 것은 미국의 사회학자 해럴드 가핀켈의 실험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해럴드 가핀켈의 실험에 대해 최초로 알게 된 것은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의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책"을 통해서 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추천의 말에서
"교양"의 저자인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해럴드 가핀켈의 실험을 예로 들어
'교양'이란 무엇인지를 그럴듯하게 설명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나의 독서습관이 어째서 잡독의 수준을 넘어서 난독의 지경에 이르렀는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먼저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책 "교양"을 읽었고, 그가 추천의 말을 써준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의 책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책"을 읽었다.
이를 통해 해럴드 가핀켈의 실험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이 궁금해져 찾다보니 앤서니 기든스가 저술한 사회학 입문서인
"현대사회학"에서 이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국 앤서니 기든스의 책을 구해서 읽었다.
이를 통해 나는 좀더 많은 사회학 도서들을 읽어야겠단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얼마전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나는 새로운 단어 한 가지를 추가로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하늘에 있는 모든 것은 땅의 모든 것과 같고,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본원리로 하는 헤르메티즘(Hermetism)이란 것이었다.
이 말은 앞서 책들이 서로 연결되어 나를 이끌듯 '지식의 세계'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회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사회학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얼마전 성공회대 사회학 교수인 김동춘의 매우 의미심장한 글을 읽었다.
"황해문화" 겨울호의 권두비평 "지식부재시대의 지식"에서 그는 신자유주의, 국가경쟁력이다 하여 경제가 세상의 가장 기본축인양 으시대는 시대,
전국의 사회학과가 빈사 상태에 놓인 마당에 다시 사회학이 중요한 학문이라 강조하는 것은 비웃음을 살 일인지 모르겠으나
바로 그렇기에 지금 사회학이 중요하며, 말께나 하는 지식인이 모두 사회학자인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정치권력의 시대에서 사회권력의 시대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학이 가장 중요한 무기란 것이다.
사회학의 필요성
-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
"사회라는 것 정치요, 사회는 곧 역사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쌓여온 의식의 지층이 현재의 여론과 의식의 지형도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사회는 모두 인간이 만들어간다.
인간은 이해타산과 권력욕만 갖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학습효과와 경험, 편견과 아집, 위기의식 등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다.
그래서 세상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세상의 복수를 당할 수 있다.
권력투쟁에 패배한 사람이 패배를 인정하리라는 낙관을 해서도 안되며,
과거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비판하면, 그가 승복하리라는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에 비판적일 것이라는 낭만적인 전제를 해서도 안되고, 부자들은 탐욕적일 것이라는 예단을 해서도 안된다.
매사를 권력투쟁으로 보는 관성을 버리고, 정치공학의 관점을 버려야 세상을 읽을 수 있는 법이다." <황해문화, 2004년 겨울호, 권두비평 중에서>
다시 그는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승리한 힘의 한 원천이 '종교의 힘' 이었음을 강조한다.
매사추세츠주의 동성애자 결혼허용 조치는 남녀의 결합만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전통적인 가족과 가정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공화당에 기울어지게 만들었고,
그 결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권리담론'은 사회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나 약자의 권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표현되는 과정에서 아직 기존의 관습과 전통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프랑스 혁명이후 보수, 그리고 반동은 언제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사회에 대한 공포감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혁명이 언제나 반동을 불러오고, 이상주의가 보수주의에 계속 패배한 일이 많은 것도 바로 인간을 단지 권리의 주체,
혹은 이해관계에만 밝은 존재로 보는 계몽주의적 관점이 갖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이것을 다시 한국 사회로 가져와 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수화, 우경화의 바람, 보수우익의 결집을 이해할 수 있다.
김동춘 교수는 다시 말하길 "자신은 기득권 집단과 아무런 이해도 공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그들의 구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지식이란 수학적 공식, 단순한 논리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과학적 지식, 아니 인문학적 지식 일반은 단순한 권력구조 분석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의 궤적, 그들의 슬픔과 기쁨, 분노와 좌절에 대한 공감이다.
사회학은 그러한 점을 잘 포착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만하면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을 읽을 필요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세상을 읽는 열쇠 - 교과서의 힘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을 이야기하며 김동춘 교수의 글을 길게 인용하는 까닭은
이 책이 현대사회학의 전반을 다루는 입문서이자 일종의 교과서(text) 역할을 맡은 책이기 때문이다.
사회학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에게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은 지리하기 짝이 없는 책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사회보다 역동적인 변화들로 꿈틀거리는 우리 사회를 더욱 잘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이라면 이 책은 교과서의 구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독서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가 "교과서"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사실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학교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집단체벌, 부도덕한 교사, 성의 없는 강의, 부실한 시설 등을 경험하면서도 그 안에서 배울 것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반면교사의 미덕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을 읽으며 나는 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사회 과목 참고서를 다시 읽는 느낌을 받았다.
"자살론" 등으로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뒤르켐 같은 사회학자를 알게 된 것 역시 고등학교 때 사회과목 참고서를 통해서였다.
교과서는 자살론의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해주었고, 이후로도 교과서는 세상의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는 기본 열쇠가 되어 주었다.
그렇다고 교과서가 반드시 좋은 책일까?
교과서가 좋은 책이 되기 어려운 것은 두 가지 까닭에서다.
하나는 앞서 말한대로 학생들이 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이고,
다른 한 가지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품을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좀더 많은 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했을 때
우리의 현행 교과서 혹은 교과과정은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참고 서적들을 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을 달달 외우고, 문제의 유형을 익히고,
그 과정을 통해 두뇌가 한창 팔팔하게 돌아가는 시기의 상상력을 규제하고, 왕성한 호기심을 접어두고 두뇌암기왕을 뽑도록 강제한다.
제3의 길로 명성을 얻은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사실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 노동의 미래" 등을 통해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회학자이다.
우리의 전통과 달리 서구의 전통에서 저명학 사회학자가 직접 입문서를 쓰는 예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특이하게도 앤서니 기든스는 직접 사회학 입문서를 저술했다.
우리가 읽게 될 이 책 "현대사회학"은 그가 펴낸 4번째 판본이다.
대개 교과서란 과거의 검증된 이야기만을 다루다 보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이거나 달라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것들이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교과서는 오랫동안 5.16을 혁명으로, 나중에 군사혁명으로, 다시 군사쿠데타로 시대가 변모함에 따라 같은 사건을 기술하는 용어의 변천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앤서니 기든스 역시 이 책의 판본을 달리 할 때마다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사건들, 사회의 중요한 변화들을 책에 담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모두 1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사회학"이란 무엇인가를,
제2장에서는 문화와 사회의 관계, 문화의 개념, 사회화의 정의, 사회변동을 다루고,
제3장에서는 우리들의 삶에도 밀접한 연관을 띠고 있는 "세계화" 문제를, 제4장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일상생활의 관계를 다룬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사회학의 기본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애되고 있으며,
5장부터 18장까지는 "젠더와 성, 몸의 사회학, 가족, 범죄와 일탈, 계급, 노동과 경제생활, 정부와 정치, 대중매체와 커뮤니케이션,
교육, 종교, 도시와 도시공간, 인구성장과 생태학적 위기" 등 현대 사회학의 여러 주제들을 각각 개별의 장으로 구성해 다룬다.
마지막 제19장 "사회학에서 이론적 사고"는 현대사회학이 풀어야 하는 숙제들, 이론적 딜레마들은 무엇인지, 그것들에 대한 최근의 이론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다룬다.
이외 부록으로 사회학의 기본 개념들을 풀이하고, 참고 문헌들과 찾아보기를 삽입해 두고 있다.
"현대사회학"은 너무나 전형적인 교과서의 틀을 갖추고 있으나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교과서 혹은 입문서의 형식과는 일정하게 흡사하면서 또한 다르다.
각각의 장들은 우선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 주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혹은 형성된 뒤에 온 갈등과 파장을 이야기한다.
그런 뒤 각각의 주제들이 파생시킨 개별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결론을 맺고, 이에 대한 요약 그리고, 좀더 깊이 생각해볼만한 질문을 던진다.
거기에 더해 좀더 읽으면 좋을 참고 도서들을 소개하고 관련홈페이지들을 알려준다.
이것은 이 책이 추구하는 바가 교육을 위한 책의 목표에 충실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이 전형적인 교과서의 형식이지만, "현대사회학"은 기존의 교과서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우선 사회학하면 골머릴 앓게 만드는 추상적인 논의들이 빠졌거나 전혀 없다. 대신 각 장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사회학의 기본 개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읽어나가기 보다는 어느 장부터(자신이 관심을 갖는 장부터)든 읽고 싶은 대로 읽어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책은 앤서니 기든스가 살아 있는 동안엔 계속 진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4판을 이전 판과 크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책 전체에 걸쳐 '젠더의 문제' 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한 장을 두어 다루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각각 개별의 다른 주제에서도 젠더(성)의 문제가 포함되는 것들은
하위 분야로 두어서라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사회학 실험실의 해부대 앞으로
앞서 해럴드 가핀켈의 실험 때문에 이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다고 말했는데, 그의 실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사회학자 가핀켈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공유하고 있는 기본 가정들 -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당연시되는 예의 범절, 가족간의 관계에서 드러내는 친숙함과 관심, 하나의 공동체, 사회, 민족, 직장, 학교 등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공유하는 - 을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전제하고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안부를 묻는다.
S : 잘 지냈니?
A : 어떤 의미에서 잘 지냈냐고 묻는 거야? 내 건강, 직장, 상태, 학교일, 내 마음의 상태 혹은 내 .....
S : (얼굴이 붉어지고 갑자기 흥분하여) 야! 나는 단지 너에게 예의있게 행동하려고 한 것 뿐이야. 솔직히 말하지만, 네가 잘못지냈길 바라고 저주한 건 아니야.
<본문 104쪽>
호의를 가지고 인사를 건네는 일상생활에서 대화는 상호작용이며, 공유된 이해(우리는 일반적으로 '예의'라고 부르는)에 바탕한다.
"너 어제 뭐했니?"라고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를 호의적인 관심으로 이해하고, "응, 어제는 늦게 일어나서 동네목욕탕에 갔고, 산책한 다음에 영화보고 쇼핑했어."라는 답을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허용된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건네는 상대방이 보통 평소에 어떤 일을 하는지, 주중의 특별한 날엔 무엇을 하는지 등등 사전에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질문을 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이 무엇일지 알고 있다는 '공유된 이해'를 통해 답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관행을 무시해 버렸을 때,
상대가 당연히 공유하고 있으리란 문화적 가정들을 공유하지 못할 때 상대방은 몹시 당황하게 된다는 것이 실험의 내용이다.
이 실험이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우리 세대와 이전의 세대들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심지어 서로 적대시하게 되는 경우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 혹은 사회적 원로들이 현재의 정부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우리가 '공유된 이해'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가핀켈의 실험은 좋은 예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로 세대가 문제시하는 우리 세대 혹은 정치적으로는 '386'이라고 뭉뚱그려진 개혁을 추구하는 세대는 서로 공유된 이해, 문화적 가정들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세대는 "금서(禁書)"라는 필독서를 통해 하나의 공유된 이해, 문화적 가정들을 공유하는 반면, 원로 세대는 이를 금지시킨 세대였던 탓에 같은 사회적 사안(갈등)을 두고서도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갖게 된다는 것이 나의 추론이다.
이 책에서 또한 재미있게 읽은 한 대목은 "범죄와 일탈"을 다룬 제8장의 "깨진 창문 이론"이란 것이었다.
예를 들어 거리의 어느 한 집의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다면
경찰도, 지역 주민들도 잠재적인 위반자들에게 지역 사회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므로,
그 거리는 조만간 그래피키, 쓰레기, 반달리즘, 폐차 등에 의해 무질서하게 될 것이란 이론이다.
그 결과 괜찮은 수준의 삶을 사는 이들은 떠나게 되고, 노숙자와 중독자 등이 거리를 메우게 될 것이란 이론인데
이것은 현재 수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용보다는 불관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론적 근거가 되어 왔다.
즉, 거리의 노점상을 단속하고, 노숙자들을 잡아들이고, 은행 인근에서 배회하는 이들을 검문검색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그 결과 역시 책 속에 있으니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끝으로 한 마디 하자면, 어느 사회든 존중할 만한 전통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고, 통합하는데 매우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그것은 사회를 변화, 발전시키기 위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시 존중할 만한 전통을 통해 실패의 충격파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나 개혁"이 철없는 사업가 자식이라 새로운 사업에 돌입했다가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보수나 전통"이 여유 있는 부모라 자식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존중할만한 전통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자식들은 결단코 실패해선 안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존중할만한 부모(전통)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지식의 미로를 헤매는 이들에게 있어서도 전통(교과서)는 중요한 레퍼런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미로를 헤메다 도저히 풀 수 없을 때 우리는 바로 그 지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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